유기의 재료는 기본적으로 구리와 비철금속의 합금인데 기원전 3,000년대 후반인 청동기시대에 서아시아에서 이미 만들어졌다. 중국은 기원전 1,500년경의 은나라때 청동기가 주조되었는데 제기, 무기, 악기 등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의 청동기시대는 중국에 비하여 1,000여년 정도 늦은 편인데 동검, 동과(꺽창), 쌍두령, 동경 등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는 동합금술과 조형기술이 발전하여 불상과 종 등의 불교미술품이 주로 만들어졌다. 고려시대에는 금속공예가 계속 발달하여 청동정병, 청동향로, 동경 등이 정교하게 만들어졌으며 12세기 고려에서는 각종 유기들이 실생활에 쓰이기 시작하였다. 이 시대에 사용된 식기와 제기 등의 놋그릇을 보면 방짜(方子)기법으로 만들어져 동체가 아주 얇고 질기다.
이와 같은 질이 좋은 유기는 전통유기 제작방법인 방짜기법 즉 구리와 주석을 합금하여 두드려서 만들었다. 그러던 것이 조선조 중엽이 되어 반상기, 향로, 화로 등과 같은 놋으로 만든 일상 생활용품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두드려서 만들던 방짜기법 대신 손쉽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주물기법으로 만들게 되었다. 이 주물유기는 방짜유기의 합금과는 달리 구리와 아연의 합금을 주로 썼다.
이처럼 유기의 제작 방법에는 주물기법과 방짜기법 등이 있다. 주물기법은 불에 녹인 구리 합금을 일정한 주물틀에 부어서 제품을 만드는 방법이다. 주물기법으로 만든 합은 방짜합에 비하여 잘 휘거나 깨지며 쉽게 변색되는 단점이 있다.
방짜기법은 방짜를 불에 달군 후 망치질하여 그릇의 형태를 만들어 가는 방법이다. 여기서 방짜란 구리와 주석을 일정한 비율로 섞은 합금을 뜻한다. 방짜유기는 충격에 강하여 수명이 길다. 방짜기법은 예로부터 인체에 유독한 혼합물이 배제된다고 하여 식기류를 제작하는데 주로 쓰였던 기법이다. 또한 옛 풍물악기를 제작하는데도 적합한 것이 방짜유기였다.
식기로 쓰이는 합도 부유한 양반가에서는 방짜합을 많이 사용하였고 일반 서민들은 주물합을 흔히 사용하였다. 조선 중기에 이르러 식기, 제기는 물론 악기, 일반 생활 용구에 이르기까지 주물유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주물유기는 전성기에 이르렀다. 특히 경기도 안성의 유기가 유명하여 ‘안성맞춤’이란 속담까지 나올 정도였다.
유기의 사용 층이 확대되면서 그 종류도 매우 많아졌다. 다양한 유기제품은 반상기, 악기, 제기, 불구, 생활용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반상기(飯床器)는 직접 음식을 담는 식기를 말하는데 유기는 무독, 무취의 금속으로 알려져서 식생활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주발, 대접, 종지, 보시기, 쟁첩, 수저, 쟁반 등이 있다.
악기는 대부분 방짜기법으로 만드는데 농악기의 꽹과리, 징 그리고 불교에서 쓰이는 바라(자바라)등이 있다.
제기(祭器)는 제사 지낼때 제상에 진설한 제물을 담는 그릇을 말한다. 촛대, 향로, 향합, 편틀, 주전자 등이 있다.
불구(佛具)는 절에서 쓰이는 도구를 말한다. 승려가 의식을 행할 때 쓰는 요령, 불단에 올리는 밥을 담는 불기(佛器), 범종, 정병(淨甁), 바라 등이 있다.
생활용구는 부엌살림 용구, 문방용구, 일반생활용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부엌살림 용구에 양푼, 주걱, 국자(복자), 주발, 수저, 대접, 귀때그릇, 새옹 등이 있다. 문방용구에는 휴대용 붓통과 먹통이 붙어 있는 필묵통, 연적, 학교종 등이 있다. 일반생활 용구로는 대야, 요강, 화로, 부젓가락, 재떨이, 놋다리미, 자물쇠, 비녀, 무구(巫具), 소방울 등이 있다.